섭생.영양

바다 내음 품은 쌈, 멸치쌈밥 이야기

건삶연 2025. 4. 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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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매년 이때쯤이면 제철이 되는 멸치쌈밥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푸른 물결 넘실대는 남해 바다를 바라보며 자란 나는 어릴 적부터 멸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었다. 짭짤한 바다 향을 머금은 멸치는 우리 집 밥상에 늘 오르내리는 친숙한 식재료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은 바로 ‘멸치쌈밥’이다.

어머니는 봄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날이면 어김없이 멸치쌈밥을 준비하셨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멸치를 맑은 물에 살짝 데쳐내고, 갖은 양념으로 맛깔나게 무쳐낸 멸치회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넓적한 상추나 깻잎 위에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을 올리고, 매콤새콤한 멸치회를 듬뿍 얹은 후, 쌈장을 살짝 더해 크게 한 입 싸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멸치쌈밥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우리 가족의 추억이자 고향의 맛이었다. 아버지의 고된 어로 작업 후 새참으로 즐겨 드셨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푸짐하게 쌈을 싸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던 정겨운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특히 봄 멸치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과 영양이 풍부하여 멸치쌈밥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멸치 터는 모습>


경상남도 남해안 지역, 특히 통영이나 거제, 부산 기장 등지에서는 멸치쌈밥을 향토 음식으로 자랑스럽게 내놓는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조리법과 곁들여 먹는 채소, 양념 등이 있지만, 싱싱한 멸치를 주재료로 하여 쌈 채소와 함께 즐기는 것은 변함없는 멸치쌈밥의 핵심이다.

멸치쌈밥의 매력은 신선한 멸치 자체의 맛과 다양한 채소의 조화에서 비롯된다. 멸치의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밥과 어우러져 훌륭한 감칠맛을 내고, 싱그러운 채소의 아삭한 식감은 먹는 즐거움을 더한다. 또한, 멸치는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하여 성장기 어린이와 노인에게도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된다.


최근에는 멸치쌈밥을 맛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단순한 지역 음식을 넘어,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멸치쌈밥 전문점에서는 전통적인 방식뿐만 아니라, 멸치회 대신 멸치구이나 멸치튀김을 곁들여 먹는 등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여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만약 부산을 방문하게 된다면, 싱싱한 멸치로 만든 멸치쌈밥을 꼭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자갈치 시장이나 해운대 인근의 식당에서 멸치 특유의 풍미와 푸짐한 인심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멸치쌈밥 한 쌈에는 남해 바다의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어머니의 손맛, 그리고 정겨운 고향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오늘도 나는 멸치쌈밥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신다. 싱그러운 채소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멸치회를 올려 크게 한 입 베어 물면,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듯하다. 멸치쌈밥, 이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음식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남해안의 대표적인 맛으로 기억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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